한국판 '장미의 이름'이라기 보다는 '다빈치 코드' - 영원한 제국 BookReview

영원한 제국


저자 : 이인화

출판 : 세계사 



영조대왕의 글을 정리하던 검서관이 의문의 변시체로 발견된다. 그 변시체 곁에 놓여진 시경 빈풍편의 시 <올빼미>. 이어지는 살인사건 속에서 조선의 운명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부모님 댁의 한켠에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한 허름해진 표지로 꽃혀 있던 ‘영원한 제국’은 베스트 셀러였던지라 관심이 없었음에도 제목은 알고 있었는데, 의외의 계기를 통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바로 움베르트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과 관련된 글에서 이 책이 언급 되었기 때문이다.


‘장미의 이름’을 계기로 읽기 시작했지만, 읽어 보니 구성이나 진행만 비슷할 뿐 전혀 다른 느낌의 책이었다.또, 딱히 재미가 없지는 않은데 이상하게 진도가 나가지 않아 읽는데 한참이 걸렸다.


진도가 늦은 이유는 무의식적으로 ‘장미의 이름’과 비교하면서 읽었기 때문이요, 어줍잖은 나의 시각에 ‘장미의 이름’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부족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특히, 신빙성 있는 책을 발견하고, 그 책을 쓴 이가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풀어가는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화자가 전달해주는 정보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다.


‘장미의 이름’의 경우 소설속의 배경과 상황 묘사가 화자의 눈과 입으로 딱 제한되어 있다. 그래서, 독자가 화자와 같은 정보를 가지고 사건을 접하게 되면서, 화자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간다.


하지만, ‘영원한 제국’의 경우 전지적 작가 시점이어서 인지는 몰라도, 화자가 도저희 알 수 없을 부분까지 이야기가 한다. ‘머야! 이 인간이 그 자리에 가본 것도 아닌데 어떻게 알고 책을 썼지?’라는 의문이 드는 그 순간, 이야기의 근간이 되는 책에 대한 신뢰가 깨져 버리면서, 작품에 대한 흥미가 반감되어 버린다.


철학적 깊이에 있어서도 ‘장미의 이름’은 학자 자신이 정립한 학풍이 연장되어서, 책을 통한 토론이 가능하다면, ‘영원한 제국’의 경우 여러 정보를 요약하여, 책을 통한 정보 전달 정도에 한정된다.


‘영원한 제국’이 ‘장미의 이름’보다 나았던 점은 읽기에 더 쉬웠고, 문체 자체가 더 흥미진진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적 쾌락을 ‘영원한 제국’에서는 맛볼 수는 없었다.


더 아쉬웠던 것은 서스펜스적인 요소도 그리 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적쾌락과 스릴러 사이의 애매한 포지션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주인공을 비롯한 남인의 무능함에 있다.


작가가 의도 하지야 않았게지만, 주인공 이인몽을 포함한 남인 전체가 당쟁의 한 축을 담당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무능하다. 소설만 놓고 보면 노론이 그 시대를 장악하는게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남인은  무능, 답답 그 자체를 보여준다. 정약용 조차 현자처럼 등장해서 듣보잡으로 퇴장한다.


특히, 주인공인 이인몽의 멍청함은 어이가 없을 정도인데다가, 말만 앞서는 사람의 전형을 보여준다. 특히, 마지막에 딱 봐도 들킬게 뻔한 상황에서 하는 행동을 보면 어이가 없다 못해 실소가 나올 지경이다. 하는 행동을 보면 ‘모르면 가만히 있어!’류의 의욕적인 신입인데, 이미 꽤 경력자인데다 고위 관리직이라 더 큰 문제다.


영원한 제국은 분명 의미있고 재미도 있는 작품이다. 사실, 내 개인의 역량으로 이 책을 평할 수는 없으니, 이 글은 그냥 개인 소감문이라고 보면 맞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책과 비교해야 할 외국 소설을 생각해보면 ‘장미의 이름’ 보다는 ‘다빈치 코드’가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세월이 지나 허름해진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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