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BookReview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저자 : 필립 K. 딕

역자 : 조호근






학창 시절, 한창 사이버 펑크가 유행이었다. 그 시절 SF 좀 관심 있다 하는 친구들은 공각 기동대를 비롯하여 일본산 사이버 펑크에 푹 빠져 있었는데, 인터넷도 없던 그 시절 잡지 등으로 일본산 사이버 펑크의 시초가 ‘블레이드 러너’란 영화란 걸 알게 되었다. 정보를 접하고, 의무감으로 찾아본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처음 접했을 때의 그 충격은 정말 대단했다. 그리고, 자연스레 원작자 필립 K.딕이란 작가를 알게 되었다.


이후 필립 K.딕은 잠시 머리속에서 사라졌지만, 20대 초반 서점에서 우연찮게 ‘블레이드 러너’란 제목의 소설책을 발견하면서 다시 내 머리속으로 들어와왔다. 원제는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영화의 영향으로 ‘블레이드 러너’란 제목으로 발매하였다.



그 시절 사이버 펑크 문화를 회상하며 구입 했으나, 전혀 다른 내용 전개에 마치 뒤통수를 한대 맞은 듯한 느낌 이었다.


작년 영화 토탈리콜 리메이크작이 발표 되었다. 오리지날 토탈리콜을 워낙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에 개봉하자 마자 극장으로 달려갔다. 영화 자체는 원작 보다는 재미 없었지만, 그래도 시간 죽이기로는 그럭저럭 괜찮았었다.


영화를 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점을 갔는데, 마침 토탈리콜의 원작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란 제목의 책이 진열되어 있었고, ‘블레이드 러너’때와 마찬가지로 끌리듯이 책을 구입했다.





토탈리콜의 원작인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는 단편이다. 따라서, 책은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를 포함해서 총 25편의 단편이 포함되어 있는 필립 K.딕의 단편집이다. 때문에, 그동안 영화등을 통해서 한정적으로만 접할 수 있었던 필립 K.딕의 세계관을 좀더 폭 넓게 접할 수 있었다.


만일, 영화 토탈리콜을 보고 영화에서 보여줬던 액션이나 쾌감을 바라고 책을 구입한다면 말리고 싶다. ‘블레이드 러너’때도 그랬지만, 원작과 책은 소재를 제외하고는 완전히 다르다고 해도 무방하다. 특히나, 책이 보여주는 감성은 영화보다 더 암울하고 난해하다.


필립 K.딕은 다섯번의 결혼과 다섯번의 이혼을 했고, 편집증, 정신 분열증, 그리고 약물 중독에 의한 환각 증세까지 있었다. 그의 작품 전반에서 반복되는 ‘현실이란 무엇인가?’, ‘진짜가 무엇인가?’ 란 주제는 이러한 그의 굴록진 삶에서 비롯 된 것 같다. 사실 읽다 보면 어떤 작품은 진실이든 아니든 정말 약 빨고 만들었단 느낌이 들 정도로 정상인은 생각하지 못할 내용들이 전개된다.


약을 빨았던, 안빨았던 대부분의 내용은 난해하고 복잡해 한번 읽어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데, 설상가상으로 이야기 전개 능력이 뛰어나지 않아서, 더욱더 내용을 난해하게 만든다.


또한, 전체적으로 영화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암울하고, 희망과 절망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만 명확한 대답 없이 끝내버린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영화하면서 필립 K.딕의 작품에 대해 1장만 쓰여져 있는 것 같다고 했는데, 그 코멘트가 이해가 된다.




책의 서문에, 필립 K.딕의 소설은 독자 보다 작가들이 더 흥미있게 읽는다 한다. 책을 읽고 나니 그 말이 이해가 되었다.


대부분의 작품은 이야기로서의 전개 능력이 뛰어나지 않아 순수한 이야기로서만 본다면 큰 재미를 느끼기 쉽지 않다.


하지만, 현재 필립 K.딕은 SF 영화나 SF 컨텐츠를 만든다고 하면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거물이다. 왜그럴까?


그의 모든 이야기에는 기발한 소재가 있고, 질문이 있고, 여백이 있다. 이러한 특징이 독자에게 기묘한 욕구를 자극한다.


바로, 그 여백을 채워 넣고 싶다는 욕구다. 그리고, 여백을 위해 소설을 기반으로 자신의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이 필립 K.딕의 소설이 주는 진정한 매력이고, 영화 제작자 또한 이러한 점에 매료되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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